Wrestler Rewind<18>-WWE 단 하나의 완전체, '숀 마이클스' 레슬러 리와인드


Wrestler Rewind<18>-WWE 단 하나의 완전체, '숀 마이클스'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는 선수들은 욕을 많이 먹기 마련이다. 그것은 대개 그들이 프로레슬링에 대한 열정보단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가듯 궁할때 돼서 돈푼이나 만져볼 요량으로 링 주변을 기웃거리기 때문이다. 지금 이야기하려 하는 사내 또한 두 번의 은퇴와 한 번의 복귀를 거쳤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 누구도 그의 은퇴번복을 손가락질 하지 않고 그의 링 위에서의 모든 순간은 그대로 프로레슬링의 역사가 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직 은퇴한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누구보다 높게 솟아있는 위상과, 한편으론 그가 은퇴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역동적이고 생생한 기억의 'HBK'숀 마이클스의 이야기이다.

지금에야 덜한 편이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프로레슬링은 덩치들의 세계였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TV쇼나 PPV의 메인이벤트를 차지하는 것은 열이면 열 헐크 호건이나 앙드레 자이언트같은 거한들이었고 챔피언, 혹은 슈퍼스타라는 이름의 영광 또한 그들의 전유물이었다. 간혹 다이너마이트 키드 같은 신선한 레슬러들도 등장했지만 당시 미국의 프로레슬링은 그들이 활동활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 때문에 작은 체구에 빠른 몸놀림을 가진 선수들은 태평양을 건너 일본으로 향하거나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었다.

숀 마이클스도 마찬가지였다. 프로필상 그의 체격은 186cm에 102kg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하라는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선천적인 조건 때문에 프로레슬링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고 마티 제네티와 미드나잇 락커스를 결성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AWA에서의 활약으로 WWF와 계약을 하게 된 그는, 1991년 락커스와 해체와 동시에 싱글 레슬러로서의 활동을 개시한다. HBK의 전설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락커스 시절의 HBK


당시 WWF의 간판 선수들로는 굴지의 헐크 호건을 비롯하여 시드 비셔스, 베이더, 레이저 라몬 등 헤비급 라인에서 그보다 작은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그는 92년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획득, 1995,96 로얄럼블 우승, 1996년 WWF 챔피언 획득 및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WWF에서 얻어낼 수 있는 모든 경력들을 하나씩 자신의 커리어에 새겨갔다.

물론 그가 순수하게 그의 능력 하나만으로 그 모든 것들을 달성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이전에 이미 새로운 레슬링을 도입했던 다이너마이트 키드, 동료이자 발판이 된 마티 제네티, 비슷한 체구로 비슷한 시기에 라이벌로 함께 성장해온 브렛 하트 등 주변인들과 적절한 시기에 일어난 헐크 호건의 wCw 이적 등이 그에게 호재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사자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너무도 가파른 속도로 정상에 올라선 그에게 그곳의 달콤한 공기는 그의 자존심에게 다른 위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는 교만했다. 사조직 클리크를 통한 백스테이지 장악과 부커진으로의 개입, 타 선수들과의 알력다툼 등 링 위에서 비쳐지는 악동 HBK의 모습은 링 밖에서도 그대로였다. 이는 결국 극단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져 숙명의 라이벌인 브렛 하트를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처참한 촌극으로 내보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최고의 프로레슬로 숀 마이클스는 자기 자신 이외의 그 누구도 자기보다 높이 서는 것을 허락치 않았다.


WWF의 쇼스토퍼


하지만 세상 그 누구도 항상 성공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크기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수없이 몸을 날리던 마이클스는 등 부상이 악화되어 1998년 은퇴하게 되었다. 사실 97년 서바이버 시리즈 이후 그는 공공연한 레슬링 팬들의 적이었다. 악역일때는 물론이거니와 다시 턴페이스 한 이후에도 심심찮게 야유를 들어야 했으며 캐나다에서는 최근까지도 그러했다. 때문에 그의 은퇴 당시에는 그의 이른 은퇴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물론 대부분이었겠지만 그의 은퇴를 노골적으로 반기며 시원해하던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4년이 흘러, 그는 링으로 돌아왔다. 종교에 귀의한 쇼스토퍼는 더 이상 악동이 아니었고 최고의 자리에 있으려 하지도 않았다. 복귀 후 엘리미네이션 체임버 매치를 통해 타이틀을 획득한 HBK는 그 이후 단 한차례도 최고의 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마치 스맥다운의 언더테이커처럼 RAW의 끝판왕이 되어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을 상대했고 이를 통해 존 시나, 바티스타, 에지, 랜디 오튼 등이 성장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분명 자신이 최고임에도 자신보다 더 위에 있는 선수들을 띄워주는 일도 기꺼이 도맡았다. 호건과의 레전드vs아이콘 매치, 언더테이커와의 레슬매니아 2연전, 릭 플레어의 은퇴경기 등이 그러했다. 불혹을 넘어선 숀 마이클스는 과거 자기밖에 모르던 이기주의자가 아닌 자신의 위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어느 상황이든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아이콘

브렛 하트와 숀 마이클스를 비교하는 경우는 요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 경우는 압도적으로 숀 마이클스를 지지하는 쪽인데, 내가 아는 한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를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빅 쇼급의 거구이든, 셸턴 벤자민급의 하이플라이어든, 브렛 하트급의 그래플러이든 그는 어떤 상대, 어떤 조건 속에서도 자신을 시합에 맞추는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이러한 레슬러는 전무후무하다고 감히 장담한다.

또한 상대 레슬러의 '급' 또한 그에겐 무의미했다. 가령 2005년 골드러시 토너먼트에서 셸턴 벤자민과의 경기는 분명 마이클스 쪽으로 많이 기우는 느낌이지만 기어오르는 새파란 애송이를 훈계하는 컨셉의 훌륭한 시합이었고 언더테이커와의 레슬매니아 결전이나 호건과의 대결은 전설에 도전하는 처절한 챌린저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특히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는 HBK가 한 수 아래인 느낌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상대가 누구든 그는 그에 맞는 컨셉의 시합을 항상 만들어냈고 그에 맞게 하이플라이어, 그래플러, 도그파이터 등 자신의 색깔을 무수히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럼에도 숀 마이클스 본연의 색깔은 절대 잃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그 누구보다 숀 마이클스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이다.(브렛을 폄하하는건 아니다)


과거는 지나갔다


복귀 후 몇 년간 그는 캐나다에서 경기를 할 때면 어김없이 'You screwed Bret'이라는 구호를 들어야했다. 그리고 브렛 하트와 화해를 한 지금까지도 몇몇 팬들은 그때의 일을 들먹이며 여전히 그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의 잘못이었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레슬링 팬으로서 그 한순간의 분함 때문에 그의 레슬링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그건 엄청난 유감이다.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했던 프로레슬러를 그런 것으로 덮을 수도 없거니와 애써 외면한다 해도 그의 자취가 너무나도 찬란하기 때문에 차마 고개를 돌릴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은퇴를 번복하는 레슬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헐크 호건이나 릭 플레어 등은 물론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팅 또한 은퇴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만약 HBK가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다고 하면 물론 탐탁찮아 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가 복귀한다면 다른 은퇴선수들과는 달리 다시 그의 경기를 기대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그날이 온다면 그는 또 다시 새로운 숀 마이클스가 되어 새로운 경기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프로레슬링을 볼 수 있는게 레슬매니아 최고의 기쁨이다.


사진출처 : http://onlineworldofwrestling.com/


Wrestler Rewind<19>-스캇 스타이너


덧글

  • Cactus™ 2011/06/23 09:51 # 답글

    복귀 후에도 전성기를 누리는 경우는 없지 않나요? (경기로요) 숀같은 경우는 저는 오히려 복귀 후 경기들이 더 재밌게 느껴졌어요.
  • shawn 2011/10/28 21:49 # 삭제

    락커스때 경기 보시면 정말 날라다니구요
    90년대 경기들 보시면 정말로 최고다.. 모두 명경기다..라는 느낌을 받으실텐데..
    복귀전의 경기들을 한번씩 봐보시죠..
    95~97 정도가 숀의 최고의 전성기거든요.. 했던 경기가 죄다 명경기에요.
  • 우르 2011/06/23 11:28 # 답글

    숀이야말로 WWE의 멘토라는 느낌이랄까요..
  • 공국진 2011/06/23 12:40 # 답글

    엇; 그러고보니 진짜 복귀 후 타이틀 전선과는 거리가 있었구나;;;
  • 끄적끄적 2011/06/23 18:41 # 삭제 답글

    이건 의미없는 사족이 될 것 같습니다만.....
    얼마전 마초맨이 사망한 뒤 그를 회고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마초맨이 남긴 가장 큰 업적은 바로 숀 마이클스가 아닐까 하고요.
    근육떡대를 상대로 왜소한(?) 레슬러도 얼마든지 멋진 시합을 뽑아낼 수 있다..... 마초맨이 터를 닦고 마이클스가 완성한 그 영예로운 전당에 또 누가 발을 내딛을지 기대가 큽니다. *^^*
  • 황보래용 2011/06/23 19:15 # 답글

    테이커와 함께 진정한 Mr. WWE.

    숀은 정말로 영원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될 것 같아요.
  • 삼별초 2011/06/27 16:52 # 답글

    하긴 챔피언이 되면 풀 타임으로 활동을 해야하니 몸이 성치 않던 숀으로선 선택을 잘한듯

    어차피 이룰것은 90년대 전부 이뤘으니...
  • 메인이벤터 2011/08/01 16:21 # 삭제 답글

    잘보았습니다.. 숀마이클스는 정말 100년에 한번나올까말까한 위대한 선수..
  • 히켄바텀 2011/10/28 21:51 # 삭제 답글

    정말로 숀은 명경기 제조기.
    최고라는 말밖엔 더이상할말이 없는
  • 미스터 레슬매니아 2014/04/29 21:40 # 삭제 답글

    정말 숀마이클스만큼 경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선수는 앞으로 절대 나오지 않을 겁니다..
    특히 90년대 보면 정말...ㄷㄷ
    복귀했을때 전보단 덜 날라다녔지만(?) 한층 더 성숙해진 경기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죠
  • 얼티밋워리어 2018/08/21 15:10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는 프로레슬링에서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서 워리어 / 스팅 / 에디게레로
    등을 좋아하지만 경기를 가장 재미있게 본 레슬러는 숀마이클즈네요.

    사실 워리어가 WWF 등장하지 않은 이후로 레슬링을 완전히 끊어버렸다가 1996년 워리어 복귀와 다시
    재시청 -> 브렛하트 복귀로 다시 몰입을 했는데 실상 경기력과 캐릭터 보는 재미는 숀마이클즈가
    개인적으로는 최고였습니다. 위에 기술한 의견과 동일하게 저도 BRET보다는 숀의 손을 좀 더 들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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