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estler Rewind<9>-그는 항상 거기 있었다. '스카티 2 하티' 레슬러 리와인드


그는 항상 거기 있었다. '스카티 2 하티'

슬램덩크 중 산왕과 북산의 대결부분에서 변덕규가 채치수를 회 밑에 깔린 무채에 비유하는 장면이 있다. 상대인 신현철의 화려한 플레이에 비해 묵묵하고 간결한 채치수의 플레이는 흡사 무채와 같다는 것인데, 아무도 먹지 않는 무채를 도미에 비유한 것은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컨대 굳이 비유를 하자면 프로레슬링에서 슈퍼스타와 자버와의 관계가 어울리지 않을까?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매년 수많은 선수들이 뜨고 지고있지만 그 중 많은 선수들이 짧은 기간동안 이기는 횟수보다 지는 횟수가 더 많은 채로 커리어를 마감한다. 인핸스먼트 탤런트, 흔히 우리에겐 자버라는 말이 더 익숙한 이 용어는 지는 경기를 주로 맡는 선수들을 이르는 은어이다. 프로레슬링 시합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이기고 지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들은 단지 지는 것만이 아니라 이기는 선수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여기에서 일반 스쿼시매치를 하는 인디선수들과 전문 자버들의 차이가 생긴다. 스쿼시매치는 그냥 지면 된다. 이름도 모르는 무명의 선수들이 슈퍼스타들에게 뭇매를 맞고 주요 기술을 차례차례 당하고 마지막에 링 밖으로 던져지면 그걸로 끝이다. 할 게 없다. 하지만 자버는 상대선수의 강함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스스로 어느 정도의 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너무 약한 이미지를 갖지 않도록 꾸준히 다크매치나 하우스 쇼, 벨로서티 등에서 '더 약한' 선수들을 상대로 힘을 뽐내야 하고, 강한 선수들을 상대해도 시합 중 한 두번은 기세를 잡아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상대를 눕혀놓고 자신의 마지막 기술을 사용하려 할 때 갑자기 일어난 상대에게 되려 마지막 기술을 맞고 아쉽게 패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때문에 스카티는 상대가 피할 줄 알면서도 웜을 쓰기위해 링 위를 뛰어다녔고 발 비너스는 경기를 다 잡아놓고 기어코 탑로프로 올라가 머니샷을 준비했던 것이다.


한때의 인기 스테이블, '투 쿨'

스카티 2 하티는 1991년 스캇 테일러로 WWF에 데뷔한 이래 무려 16년동안이나 수많은 선수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며 패전 전문 프로레슬러의 길을 걸은 대표적인 '자버'이다. 물론 그에게도 화려한 시절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랜드마스터 섹세이, 리키시와 투 쿨로 활동하는 기간에는 힙합기믹으로 나름 인기를 모았고 강력한 태그팀으로서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투 쿨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해체되면서 스카티는 다시 자버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 기간동안 하드코어 타이틀 3회에 태그팀 챔프 2회, 라이트헤비급 챔프 1회 같은 소소한 경력들을 챙겼으나 십수년에 걸쳐 쌓아올린 것이라 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스카티는 이렇게 변변한 발자국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레슬러들의 대표적인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커리어가 전부 의미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프로레슬링은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승패에 큰 의미가 없다. 각본으로 다 정해져 있어서 그렇다는게 아니라 프로레슬링 시합이라는 하나의 작품은 승자와 패자가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자버들이라고 주목받고싶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 실제 많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끝내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낙담해 다른 단체로 옮기거나 혹은 프로레슬링 자체를 그만두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고된 길을 그는 꿋꿋이 걸었기 때문에 스카티의 16년 자버경력이 그저 실력, 혹은 인기가 없어서 매일 지기만 하는 레슬러의 것이라 여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음지에서 묵묵히 노력해왔기에 그는 16년 동안 WWE의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수많은 레슬러들이 자신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자버들을 대표해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골드버그의 196연승이나 릭 플레어의 16회 챔프 등 영광스런 순간들 뿐만 아니라 스카티 2 하티의 다크매치, 랍 콘웨이의 연패기록으로도 이루어져 있는 것이 프로레슬링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곳에서도 누군가는 그곳에서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하나의 시합을 완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단지 주목받지 못했다고해서 그들의 땀과 눈물의 순간들이 결코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링 한 구석에서 항상 시합을 빛내기 위해 자신을 내놓았던 레슬러. 충분히 링 위의 모든 인핸스먼트 탤런트들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 그에게 조금 늦었지만 수고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출처 : http://onlineworldofwresting.com/


Wrestler Rewind<10>-사야마 사토루

덧글

  • 육점 2011/08/07 12:57 # 삭제 답글

    맞습니다. 정말 공감가네요 자버가 있어야 푸쉬받는 슈퍼스타가 뜨는법... 아 스카티 정말 좋아하는 레슬러 중 하나였는데 푸쉬못받고 쩝 방출되다니... 2000년에는 꽤나 투쿨로 인기 많이 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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