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화려할수록 초는 빨리 타는법 링 위의 이야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프 하디가 ROH에 TNA에 첫 등장했었던 2003~4년 경, 과거 내가 알던 그보다 형편없어진 모습에 손가락질 하던 나.

군복무시절 그가 WWE에 복귀하고 챔프가 되었다는 소식, 그리고 채 제대하기도 전에 다시 약물로 방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럼 그렇지, 약쟁이 어디 가나' 라고 비아냥거렸던 나.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팬이었다. 그 화려한 모습에 열광했고 몸을 던지는 열정을 지지했다. 세간에서 그가 방황한다 말할때 앞장서서 욕했고 그게 그로 하여금 과거의 열정과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게 빌어주는 일이라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근데 인생은 원래 제로썸이야.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고 보이는게 있으면 감춰지는게 있지.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일년에 수백경기를 치르면서 매번 땅바닥에 내던져지고 쉴새없이 얻어터지는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방법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거다. 근데 난 남의일이니까 설렁설렁 생각하고 대충대충 씨부렸던거지.

머리로는 알아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것들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고, 그러한 현실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버티며 사는게 인간일진데, 내가 뭐라고 타인의 노력과 고통, 성과와 대가를 평가할 수 있었을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이 바로 턱밑까지 차오른 지금, 우연히 사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제프 하디의 영상을 오랜만에 보고 벅차오르는 존경심을 감출 수가 없어서 정말 택도없이 오랜만에 포스팅을 한다.

남들 하는대로 살다가 보니까 거진 30년이 후딱 지나갔고 어쩌다가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내가 살아왔던 부끄러운 발자취가 있더라. 흔히 말하는 학업이니 취업이니 뭐 이런저런게 다 지나가도 성취감은 없고 한호흡 한호흡 숨쉬기 급급한 그냥 아저씨만 남았다. 남들 하는만큼은 따라가자라고 생각했던 꿈없던 소년은 적당적당한 월급쟁이가 되어 열심히 삭아가고있습니다 여러분.

이 블로그의 존재도 사실 중학교 졸업앨범처럼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는 하나의 땟자국이었지. 20대 초반 5년 정도를 애지중지해온 블로그를 날리면서 두 번 다시 이렇게 쪽팔리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한편으론 찌질하게 그동안 만들어놓은 자료들이 아까워 차마 이곳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동안 생겨났던 인연들도 많이 정리했다. 본의아니게(당시로썬 본의로) 일방적으로 연락은 끊은 이들도 있고 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는 저들과 다르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며 스스로 부끄러워진 과거를 억지로 세탁해보려했다. 근데 걸레는 빨아봤자 걸레요, 아무리 좋은 신발도 결국은 바닥을 딛는것밖엔 못하더라. 이렇게 되고보니 앞에서 말한 제로썸이란 것도 나한테는 해당이 안되는가보다. 인생은 등가교환이지만 교환시 수수료가 공제됩니다 인생호갱님.



사다리 위의 레슬러를 보면서 이만한 생각이 드는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먹어서 우울증이 오려나보다.



아 참 두서없다. 그래도 예전에는 깔짝깔짝 글 쓰던게 있어서 얼추 읽으면 이해는 할 수 있었는데 먹고사는데 치이고 키보드로는 문자보다 숫자를 더 쳐야되는 삶을 살다보니 이제 글이란건 더이상 내것이 아닌거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기자면, 지금 나는 맨정신이다.

이제 30대인데 공지 및 업데이트

여기에 할애한게 5년이야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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